
10월초 경북 구미에선 눈에 띄는 행사가 열렸다. 바로 ‘경북 1호 국산밀 제분공장 준공식’이었다. 논에 벼 대신 콩과 밀 또는 양파를 이모작해 수익을 배가하고, 콩과 국산 밀가루 가공‧유통까지 도전하는 ‘경북형 영농 모델’ 구축 사업 일환이었다. 경북 구미시 도개면 도개리 들판한 가운데 있는 샘물영농조합법인(대표 박정웅)은 경북형 영농 모델을 구현하는 현장이다.
◆농업대행…생산 농산물 전량 매입 후 가공 판매=5농가가 뭉쳐 2018년 설립한 샘물영농법인은 현재 150농가가 참여해 120㏊에서 콩과 밀‧양파를 돌려짓기하는 이모작 영농 모델을 실천한다. 고령의 참여농가에 대해선 파종과 수확 등 농작업을 실비로 대행하고, 생산한 콩(대두와 콩나물콩)과 밀은 전량 매입한다.
회원 농가로부터 매입한 콩은 국내 굴지 콩나물 제조 업체(CJ)에 납품하고, 온라인 직거래로 연중 판매한다. 특히 콩 선별‧포장 시설을 갖춰 소포장 제품을 온라인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 10월 초엔 국산 밀을 전문적으로 제분할 수 있는 최신 제분 시설까지 완비했다.
때문에 샘물영농법인은 원료콩과 밀 생산부터 건조‧가공‧유통까지 일관화한 농산업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종부터 농작업 대행, 매입, 가공, 유통까지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면서 영농법인 회원 농가는 2020년 20농가에서 올 10월말 현재 150농가까지 늘어났다.
법인은 2028년까지 구미지역 전역에 7개 거점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콩과 밀 이모작 농경지를 60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청년 창업농이자 샘물영농법인 직원인 이현락씨(33‧구미시 도개면 도개리)는 “농업‧농촌에 기반이 없는 창업농의 경우 샘물법인처럼 기댈 언덕이 되어주는 곳이 필요하다. 토지 임대부터 영농까지 초기 투자 비용 부담없이 농업을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9917㎡(3000평)을 법인에 위탁한 김창욱씨(59‧도개면 궁기리)는 “농촌 고령화가 심각하다. 위탁 영농은 물론 계약재배 물량을 전량 사들이고, 가공해 판매한 후 추가 배당도 해주니 주위 많은 어르신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될성부른 잎 골라 확실한 지원을”=샘물영농법인을 이끌고 있는 박정웅 대표는 1979년생 45살 당찬 청년 CEO(최고경영자)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부모님 권유로 귀농을 결심하고 2010년 한국농수산대를 졸업했다. 그는 일본 홋카이도 연수 후 벼농사 보다는 기계화‧규모화한 콩과 밀농사가 전망이 있다고 판단, 2018년 5농가와 힘을 합쳐 샘물영농법인을 설립한다.
경북 구미시 도개면에 있는 샘물영농조합법인은 경북형 영농 모델을 구현하는 현장이다. 박정웅 대표가 우리밀 가루를 활용해 각종 요리를 할 수 있는 실습장에서 우리밀빵을 보여주고 있다.
영농 대행과 벼 대체 작물로 콩‧밀 이모작, 가공시설 완비 등은 그의 아이디어다. 회원 농가들은 벼 농사보다 훨씬 수익이 높은데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다. 경북도농업기술원(원장 조영숙)과 박 대표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시범 운영한 결과 공동영농 참여 농가 수익은 벼농사와 비교해 콩과 밀은 2배 이상, 콩과 양파는 5.8배나 증가했다.
박 대표는 “벼농사로 한마지기(200평)당 40만원 정도 순익을 거두던 회원농가가 콩과 밀 2모작으로 100만원에서 최대 120만원까지 수익을 올렸다”면서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많은 농가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밀의 경우 판매와 유통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실제로 밀을 재배해도 판로가 여의치 않기 때문. 박 대표는 정부와 경북도 지원으로 제분공장을 설립했다. 10월초 시험 가동을 시작한 제분공장 제분기는 세계 밀가루 최대 생산국 중 한곳인 튀르키예까지 박 대표가 직접 가서 들여올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법인은 이렇게 경북지역에선 최초로 제빵용 국산 밀가루를 생산한다.
박의재 제분공장 공장장(큰 아들)은 “국산 밀가루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제과‧제빵 원료로는 품질이 외국산에 못미친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제분공장 준공을 계기로 재배‧생산‧건조‧저장은 물론 최고품질의 제분까지 일관화해 진짜 맛있고 건강한 국산 밀가루로 외국산과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올해 100t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연간 2000t규모 국산 밀가루를 생산한다. 2027년부터는 연간 1만4000t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는 도내 연간 밀가루 소비량 9만7000t의 14%에 달하는 양이다.
박 대표에게 농업은 희망이다. 큰 아들 박의재(23)군은 농수산대를 졸업하고 가업을 잇기 위해 합류했다. 둘째 아들도 대구농업마이스터고 진학을 꿈꾸고 있다.
박 대표는 실력 있고 능력 있는 청년 창업농을 발굴해 확실하게 지원해 줘야 고령화와 개방 가속화 속 한국농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래가 유망하고 비전이 있는 젊은 농가를 발굴해 각종 보조금을 제대로 지원하는 것은 바로 미래 한국 농업을 위한 투자이며 마중물”이라면서 “제2, 제3의 샘물영농법인이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미=유건연 기자 sower@nongmin.com
10월초 경북 구미에선 눈에 띄는 행사가 열렸다. 바로 ‘경북 1호 국산밀 제분공장 준공식’이었다. 논에 벼 대신 콩과 밀 또는 양파를 이모작해 수익을 배가하고, 콩과 국산 밀가루 가공‧유통까지 도전하는 ‘경북형 영농 모델’ 구축 사업 일환이었다. 경북 구미시 도개면 도개리 들판한 가운데 있는 샘물영농조합법인(대표 박정웅)은 경북형 영농 모델을 구현하는 현장이다.
◆농업대행…생산 농산물 전량 매입 후 가공 판매=5농가가 뭉쳐 2018년 설립한 샘물영농법인은 현재 150농가가 참여해 120㏊에서 콩과 밀‧양파를 돌려짓기하는 이모작 영농 모델을 실천한다. 고령의 참여농가에 대해선 파종과 수확 등 농작업을 실비로 대행하고, 생산한 콩(대두와 콩나물콩)과 밀은 전량 매입한다.
회원 농가로부터 매입한 콩은 국내 굴지 콩나물 제조 업체(CJ)에 납품하고, 온라인 직거래로 연중 판매한다. 특히 콩 선별‧포장 시설을 갖춰 소포장 제품을 온라인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 10월 초엔 국산 밀을 전문적으로 제분할 수 있는 최신 제분 시설까지 완비했다.
때문에 샘물영농법인은 원료콩과 밀 생산부터 건조‧가공‧유통까지 일관화한 농산업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종부터 농작업 대행, 매입, 가공, 유통까지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면서 영농법인 회원 농가는 2020년 20농가에서 올 10월말 현재 150농가까지 늘어났다.
법인은 2028년까지 구미지역 전역에 7개 거점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콩과 밀 이모작 농경지를 60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청년 창업농이자 샘물영농법인 직원인 이현락씨(33‧구미시 도개면 도개리)는 “농업‧농촌에 기반이 없는 창업농의 경우 샘물법인처럼 기댈 언덕이 되어주는 곳이 필요하다. 토지 임대부터 영농까지 초기 투자 비용 부담없이 농업을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9917㎡(3000평)을 법인에 위탁한 김창욱씨(59‧도개면 궁기리)는 “농촌 고령화가 심각하다. 위탁 영농은 물론 계약재배 물량을 전량 사들이고, 가공해 판매한 후 추가 배당도 해주니 주위 많은 어르신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될성부른 잎 골라 확실한 지원을”=샘물영농법인을 이끌고 있는 박정웅 대표는 1979년생 45살 당찬 청년 CEO(최고경영자)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부모님 권유로 귀농을 결심하고 2010년 한국농수산대를 졸업했다. 그는 일본 홋카이도 연수 후 벼농사 보다는 기계화‧규모화한 콩과 밀농사가 전망이 있다고 판단, 2018년 5농가와 힘을 합쳐 샘물영농법인을 설립한다.
영농 대행과 벼 대체 작물로 콩‧밀 이모작, 가공시설 완비 등은 그의 아이디어다. 회원 농가들은 벼 농사보다 훨씬 수익이 높은데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다. 경북도농업기술원(원장 조영숙)과 박 대표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시범 운영한 결과 공동영농 참여 농가 수익은 벼농사와 비교해 콩과 밀은 2배 이상, 콩과 양파는 5.8배나 증가했다.
박 대표는 “벼농사로 한마지기(200평)당 40만원 정도 순익을 거두던 회원농가가 콩과 밀 2모작으로 100만원에서 최대 120만원까지 수익을 올렸다”면서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많은 농가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밀의 경우 판매와 유통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실제로 밀을 재배해도 판로가 여의치 않기 때문. 박 대표는 정부와 경북도 지원으로 제분공장을 설립했다. 10월초 시험 가동을 시작한 제분공장 제분기는 세계 밀가루 최대 생산국 중 한곳인 튀르키예까지 박 대표가 직접 가서 들여올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법인은 이렇게 경북지역에선 최초로 제빵용 국산 밀가루를 생산한다.
박의재 제분공장 공장장(큰 아들)은 “국산 밀가루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제과‧제빵 원료로는 품질이 외국산에 못미친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제분공장 준공을 계기로 재배‧생산‧건조‧저장은 물론 최고품질의 제분까지 일관화해 진짜 맛있고 건강한 국산 밀가루로 외국산과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올해 100t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연간 2000t규모 국산 밀가루를 생산한다. 2027년부터는 연간 1만4000t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는 도내 연간 밀가루 소비량 9만7000t의 14%에 달하는 양이다.
박 대표에게 농업은 희망이다. 큰 아들 박의재(23)군은 농수산대를 졸업하고 가업을 잇기 위해 합류했다. 둘째 아들도 대구농업마이스터고 진학을 꿈꾸고 있다.
박 대표는 실력 있고 능력 있는 청년 창업농을 발굴해 확실하게 지원해 줘야 고령화와 개방 가속화 속 한국농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래가 유망하고 비전이 있는 젊은 농가를 발굴해 각종 보조금을 제대로 지원하는 것은 바로 미래 한국 농업을 위한 투자이며 마중물”이라면서 “제2, 제3의 샘물영농법인이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미=유건연 기자 sower@nongmin.com